퇴근길에 정차해 있다가 뒤에서 받힌 적이 있습니다. 목이랑 허리 염좌 진단을 받고 며칠 병원을 다녔는데, 보험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향후치료비 명목으로 합의금을 제시하더군요. 그때는 그게 당연한 절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9월 10일부터 바뀌는 법 내용을 보니, 저처럼 경상 진단을 받은 피해자는 이제 그 돈을 원칙적으로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정말 손해를 볼 수 있는 내용이라 정리해 봤습니다.

교통사고 예시

살짝 다쳤을 때, 이제 치료비를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향후치료비(向後治療費) 지급 대상 축소입니다. 향후치료비란 현재 치료가 끝난 뒤에도 나중에 추가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을 감안해 미리 지급하는 배상금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중에 또 아플 수 있으니 지금 미리 드리겠습니다"라는 개념의 돈인데, 그동안 사실상 조기 합의를 유도하는 일종의 합의금 성격으로 폭넓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 구조가 달라집니다. 9월 10일 이후 발생하는 사고부터는 상해등급(傷害等級) 1등급에서 11등급에 해당하는 중상환자만 향후치료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해등급이란 교통사고 부상의 심각도를 14단계로 구분한 기준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중상, 높을수록 경상입니다. 목이나 허리 염좌, 단순 타박상처럼 일상에서 흔한 부상은 12등급에서 14등급 사이로 분류되는데, 바로 이 경상환자 구간이 지급 대상에서 빠집니다.

제가 당시 받은 진단도 목·허리 염좌였으니, 만약 지금 같은 사고가 났다면 향후치료비는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사이 경상환자 수는 오히려 줄었는데 치료비는 연평균 7퍼센트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납니다. 사고는 줄어드는데 돈은 더 나가는 이 역설적인 흐름이 이번 개정의 직접적인 배경입니다. 부정수급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두 달 치료 기준, 이 날짜를 꼭 기억하세요

그렇다면 경상환자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조건이 생겼습니다. 사고 후 8주가 지나도록 치료가 계속 필요한 경우에는 진료기록부(診療記錄簿) 등 증빙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합니다. 진료기록부란 의사가 진료 내용과 경과를 기록한 공식 문서로, 단순 통원 확인서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서류를 제출하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소속 전문 의료인이 심사를 맡습니다. 진흥원에 따르면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의사와 한의사 200여 명이 이 심사에 참여합니다. 보험사가 진흥원에 검토를 요청하면 진흥원은 환자와 보험사 양쪽에 결과를 통보하고,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재심의(再審議)를 신청하는 절차도 열려 있습니다. 재심의란 최초 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다시 검토를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제 경험상 보험사 담당자는 빠른 합의를 원합니다. 당시에도 치료 초반에 합의를 권유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8주라는 기준선이 있으므로, 치료가 길어질 것 같다면 그 선이 넘기 전에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미리 병원과 상의해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서류 없이 병원만 다니다가 나중에 "인정 못 한다"는 통보를 받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사고 직후부터 챙겨야 할 서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초진 진단서: 사고 직후 응급실 또는 첫 방문 병원에서 발급받는 공식 진단 문서. 상해등급 판정의 근거가 됩니다.
  2. 진료기록부 사본: 8주 초과 치료 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핵심 서류. 담당 의사에게 미리 발급 가능 여부를 확인하세요.
  3. 통원 확인서 및 진료비 세부 내역서: 치료 기간과 비용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서류. 합의 협상 시 근거 자료로 활용됩니다.
  4. 영상 자료(MRI·CT 판독 소견서): 염좌나 타박상이더라도 영상 검사 결과가 있으면 이후 심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기랑 임산부는 괜찮은데, 어르신은 왜 빠졌을까

정부는 취약계층 보호 차원에서 일부 예외 대상을 두었습니다.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경상등급이더라도 심사 없이 치료를 계속받을 수 있도록 확정됐습니다. 이 두 집단은 면역 반응이나 통증 표현이 일반 성인과 다르고, 과소 치료로 인한 후유증 위험이 크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논의 초기에는 고령자도 예외 대상으로 거론됐습니다. 고령자는 같은 충격에도 회복 속도가 느리고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종안에서는 고령자가 빠졌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저도 의아했습니다. 70대 이상 부모님 세대가 사고를 당했을 때 젊은 사람과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를 받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실제 적용 대상인지는 사고 이후 담당 병원과 보험사 양쪽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정 시행령 원문과 조문별 해설이 함께 제공되므로, 내용이 헷갈린다면 원문을 참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병원 서류 챙기기, 지금 당장 이것부터 하세요

이번 개정을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아는 만큼 보상받는 시대가 됐다'는 겁니다. 제가 사고를 당했을 때는 진단서 한 장과 통원 확인서 정도로 비교적 간단하게 합의가 마무리됐습니다. 보험사가 먼저 연락을 주고, 절차를 안내해 줬으니까요. 하지만 바뀐 규정에서는 피해자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과거에는 보험사가 알아서 챙겨주던 방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제는 피해자 본인이 서류를 직접 수집하고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정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개정안의 취지 자체는 저도 공감합니다. 실제로 살짝 스치기만 한 사고에도 수개월씩 병원에 다니며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부정수급이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온다는 걸 생각하면, 이번 개정이 반갑기도 합니다.

문제는 정말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까지 서류 미비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보험개발원 참고)의 심사 절차가 실제로 얼마나 공정하고 신속하게 운영되는지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지켜봐야 알겠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서류를 처음부터 꼼꼼히 챙기는 것입니다. 보험사가 조기 합의를 권유하더라도 치료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9월 10일 이전에 발생한 사고도 새 규정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이번 개정안은 2026년 9월 10일 이후 발생한 사고부터 적용됩니다. 그 이전에 발생한 사고는 기존 규정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사고 발생 시점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목·허리 염좌 진단을 받았는데 8주 넘게 치료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반드시 8주를 넘기기 전에 진료기록부 등 증빙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소속 전문 의료인의 심사를 통해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면 추가 치료비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류 없이 그냥 다니면 인정이 안 될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준비하세요.

Q. 경상환자인데 향후치료비를 전혀 받을 방법이 없나요?

A. 원칙적으로는 상해등급 12~14등급 경상환자는 향후치료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되어 상해등급이 변경되거나, 별도의 후유장애(後遺障碍)가 확인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후유장애란 사고 후 치료가 끝났음에도 남아 있는 영구적인 신체 기능 손상을 뜻합니다. 이런 경우 담당 병원과 보험 전문가에게 별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임산부나 만 7세 이하 영유아가 아닌 고령자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고령자는 이번 개정에서 예외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경상으로 분류되면 일반 성인과 동일하게 8주 이후 서류 제출 및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고령자는 회복이 느리고 합병증 위험이 높으므로, 초기부터 진단서와 진료기록부를 꼼꼼히 수집하고 치료 경과를 상세히 기록해 두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Q. 보험사가 조기 합의를 강하게 권유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치료가 완전히 종결되기 전에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기 합의 후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더라도 추가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 치료 종결 여부와 서류 준비 상태를 반드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보험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법은 미리 알고 있어야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번 개정이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지금이 바로 챙겨둬야 할 타이밍입니다. 진단서, 진료기록부, 통원 확인서를 초기부터 직접 수집하는 습관 하나가 나중에 수십만 원, 혹은 그 이상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보험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반드시 담당 병원과 보험 전문가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805001082